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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념

초임 교사와 함께하는 한 해

by 지잉남 2023. 4.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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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 1년차 교사가 부임함에 따라, 전담 교과인 3학년 여행지리뿐만 아니라 1학년 통합사회 지리파트 모두 책임지는 상황이 됐다.

 

여행지리는 진로교과임에도 불구하고 지필평가는 매회 30문항으로 구성되어 결코 적지 않은 문항이기에 부담이 크다.

'쉽게 출제해야지' 다짐하면서도 학습자에게 유의미한 문항을 출제하다 보면, 1문항 당 2시간은 족히 소요된다.

여기서 말하는 2시간은 아이디어부터 구상 및 실제 제작까지 걸리는 시간이고, 시험 당일까지 검토하고 수정하는 시간을 포함하면 더 많은 시간과 비용이 소모된다.

그래도 평가원이나 EBS 및 사설 문제집을 통하여 여러 문항을 경험하고, 이곳저곳에서 질의응답이나 문항 검토를 진행하면서 출제에 재미를 붙여왔다.

 

그런데, 올해는 통합사회  출제를 1년차 교사와 함께하다 보니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교과의 교육 방향과 성취 기준, 그리고 단원별 학습 목표를 나누는 일부터 시작한다. 투명한 문항의 소스 출처를 안내하고, 단원별로 문항 수를 배정하고, 담당 단원을 설정한다.

여기까지는 여느 동료교사끼리도 진행하지만, 출제를 이어나가면서 수정해야 할 사항이 너무나도 많다. 발문부터 선지 구성은 물론 자료의 출처와 적절성을 따지다 보면, 차라리 혼자 출제하는 편이 낫겠다는 생각이 든다. 더불어 문항에 대한 의견을 제시했을 때에 의견을 수용하지 않고 수정할 수 없다는 자세를 보이면 정신이 나갈 듯하다.

 

그래도 내가 1년차를 겪은 시절이 얼마 되지 않아서 상대방의 마음이 충분히 이해된다는 사실에 안도한다. 혹여라도 나의 1년차가 까마득한 과거라면, 개구리 올챙이 적 생각 못하는 듯이 상대를 나무라겠지. 다행히 그렇지 않아서 참 다행이다.

 

내가 누군가에게 문항에 대한 의견을 제시하고 바람직한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조력하는 능력을 길러주신 나의 1년차 동료 선생님들도 똑같은 마음이었겠지. 그 분들에게 받은 선물을 또다른 교사에게 선물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져 행복하다.

 

 

학습자들은 각 문항이 선생님들의 파와 땀으로 만들어졌다는 사실을 알까.

오늘 본인이 시험을 잘 못 봤다는 사실에 분개하면서 SNS에 해당 교과를 저격하는 욕설을 게시했다. 이를 보고 참 안타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교사 대부분이 유의미하면서도 꼭 필요한 난이도의 문항만 출제하고 싶지만, 상대평가(규준참조평가)라는 장벽에 부딪혀 이럴 수밖에 없는 것을.. 누굴 탓할 수 있을까 싶다.

 

교육으로 낙심하는 이들보다 행복을 느끼는 이들이 더 많아지는 세상이 오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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