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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념

"이름을 잊어갈 때쯤, 그는 떠나갔다."

by 지잉남 2023. 4.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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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을 잊어갈 때쯤, 그는 떠나갔다."

1️⃣

동작구로 거처를 옮기면서 들인 새 식구들. 매일같이 가지 치고 영양 공급하며 애지중지였다.

그러나, 올해 새 학기가 시작되고 정신없이 바빠지면서 '율마'라는 단어를 잊어갈 때쯤, 율마는 앙상하게 말라버렸고 유기물 합성이 멈춰버렸다.

그를 위해서라면 수고로움은 감수할 수 있다던 다짐은 뒤로한 채 그의 존재마저 잊어버렸고, 그와의 이별로 이행됐다.

2️⃣

스즈메의 문단속 속에서 율마를 느꼈다. 구체적으로는 율마와 내가 처음 이뤘던 보금자리를 느꼈다. 우리가 함께 추억하던 장소에 대한 장소감이 사뭇 흐려질 때쯤, 율마는 시들었고 우리는 이별했다.

 

3️⃣

참사가 벌어지고 '안전'에 대한 경각심을 곱씹었다. 그러나 그 일이 잊혀질 때쯤, 안전을 뒤로한 채 또다시 아파해야 했다.

4️⃣

나 자신보다 업무에 열성을 낼 때쯤 마음의 소리는 들리지 않았고, 이곳저곳 만신창이에 다다라서야 잘못됨을 인지했다. '아, 내 자신도 돌봐야 하는 존재구나' 깨달으면서 '내 감정도 돌아봐야지' 다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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